​공간잡지 | Renzo Piano KT 신사옥

계기/컨셉

KT 광화문 사옥대지에는 그동안 몇 차례에 걸친 해외 건축가들을 통한 건축공모전이 있었으나, 결정된 건축가는 없었다. 2010년 렌조 피아노팀이 KT 광화문사옥 설계를 위해, 초청받아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렌조 피아노는 "세종로가 한국의 샹젤리제와 같은 곳이며, 서울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와 아름다운 경복궁과의 연계성이 인상 깊다"고 표현했다. 특히 구사옥의 옥상층에서 바라본 인왕산, 삼각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풍경에 큰 감명을 받았고, 곧 프랑스 파리의 사무실에서 설계가 시작되었다.

시민에게 자연을 돌려준다는 개념과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탈바꿈한 KT (Korean TELECOMMUNICATION)의 투명한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설계의 개념이 되었다. 투명성은 오피스 입면의 크리스탈 컨셉(CRYSTAL CONCEPT)으로, 공공성은 지상과 옥상의 공원으로 반영되었다. 투명성과 빛은 RPBW의 중요한 설계 요소인데, 물리적인 공간의 창조가 무형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공간적으로는 1층 전체에서 수직동선이 있는 공간과 로비 공간을 제외하고 마운딩녹지(LANDSCAPE)가 있는 필로티로 구성되었다. 총 25층, 높이 110M, 면적 51,248㎡에 달하는 볼륨을 분할하는 작업 또한 중요한 설계내용이었다. 내부 공간은 새로운 오피스 라이프를 위한 프로그램인 인터액티브 스페이스(두 개층을 연결하는 공간)을 두어, 근무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과 대화를 이루어지게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프로젝트

세종로 S-BLOCK과 청진동 C-BLOCK은 하나의 마스터 플랜으로 계획 설계되었고, 2015년 1월 26일 청진동 C-BLOCK이 KT EAST라는 이름으로 먼저 완공되어, 직원들의 입주가 있었다.

퐁피두센터를 시작으로 한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완숙한 건물들(런던 샤드타워, 시카고 사이언스 뮤지엄, )에서 보여주었던 실험과 기술 과정이 KT광화문 사옥(청진)에도 그대로 녹아있는데, RPBW의 응축된 설계 노하우가 한국에 소개되는 첫 번째 프로젝트이고, 오피스의 기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을 기대한다.

 

프로세스

한국에 지어지는 건축물의 해외건축가로서는 드물게 개념설계(CONCEPT DESIGN)단계부터 완공(CONSTRUCTION DOCUMENTS)단계까지 건축가가 관여한다는 조건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이는 건물의 건설과정과 완공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RPBW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설계감리는 건축가의 의무적인 요소인데, 실시설계 이후, 시공 과정 중에 이루어진 건축가의 정기적인 디자인 감리 참여는 건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컨셉설계(CD), 기획설계(SD)와 기본설계(DD)는 파리의 RPBW에서 주로 진행되었고, 실시설계(CD)의 상당부분은 한국LOCAL 사무소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진행하였다. 현대의 다양한 기술에 많은 도전을 하는 RPBW는 KT광화문 사옥에서 더 명확하고 정확한 작업을 통해 도시의 삶과 사람들의 공간을 표현하려고 하였다.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건축프로세스를 넘어서는 협업 작업들, 엄청난 양의 도면들과 상세도 등은 시공의 오차를 줄여주는 역할을 했고, 건축가가 의도하는 디테일을 대부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밸류엔지니어링(VALUE ENGINEERING)을 위한 노력은 건설의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되었는데, 공사 진행과 함께 생겨나는 여러 상황에서, 문제점을 풀어나가며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이 건축가의 고민과 제안을 통해 해소될 수 있었다.

 

팀워크

KT 광화문 사옥의 작업은 구조 및 기계설비 엔지니어, 조경건축가, 현지건축가, 현지엔지니어 등과의 많은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구조컨설팅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Bollinger & Grohmann, MEP는 영국 런던의 Ove Arup, 조경은 스위스 바젤의 Fontana Landschaftsarchitekten이 맡았다. 모든 팀들은 초반부터 RPBW의 컨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1층에 서있는 날렵한 형태의 필로티 기둥들은 심플하게 보이지만 이를 완성하기 위해 지중에서는 고난이도의 엔지니어 작업들이 있었다. 하나의 예로 대지 안으로 지나가는 지하철 경로 때문에, 건물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이를 풀어나가는 작업이 요구되었고, 거대한 TRANSFER WALL이 사용되었다. 입면의 비례는 높이4M, 폭1.25M로 구성되는데, 층고 2.8M를 확보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MEP와 구조 엔지니어들이 파이프가 스틸빔을 통과하는 시스템을 제안했고 실현되었다.

 

디테일

- 파사드 작업은 오피스 건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이다. KT광화문 사옥은 이중외피 파사드(DOUBLE SKIN FACADE)로 설계되었는데, 외부측은 저철분접합유리, 내부측은 아르곤 가스가 주입된 저철분 로이코팅 복층유리로 진행되었다. 건물이 가지는 크리스탈 즉 투명성의 개념과 에너지 효율적인 기능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이중외피 파사드 사이에 블라인드를 위치시켰다. 모든 유리는 저철분유리(LOW IRON GLASS)로 적용되었는데, 스페인의 가디언 글라스(GUARDIAN GLASS)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RPBW 특유의 디테일에 대한 열정, 다양한 견본작업(MOCK-UP)과 파리 사무실내의 견본작업(INHAUSE MOCK-UP)을 통해 시각적이고, 기능적인 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중외피 파사드(DOUBLE SKIN FACADE)의 설계는 RPBW와 네덜란드 창호회사인 SCHELDEBOUW에서 협업으로 진행하여, 한국의 창호회사인 일진에 기술전수와 도면작업을 지원하였다. 네덜란드에서 파사드 타입별로 견본작업(MOCK-UP)을 선진행하고, 한국의 일진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견본작업(MOCK-UP)을 다시 제작하여 시행오차를 줄이고, 품질을 높이려고 하였다. 이는 모형이나 견본(MOCK-UP)에서 작업을 확인하고, 스케일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 3차원적인 랜드스케이프 마운딩안에는 주차장 출입구 및 배기구 / 전기시설 / 문화재 보존구역 등이 반영되었다. 이런 작업은 설계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조경건축가와의 협업과정을 통해 진행되었고, 하나의 랜드스케이프 안에 오차없이 정리되었다.

- 엘리베이터는 advanced dispatch system 시스템이 도입되어 효율성을 높였고, 현대 엘리베이터에서 진행하였으며, 옥상테라스 층과 옥상정원을 연결시켜주는 하이드롤릭 누드엘레베이터는 독일 요네츠사가 진행하였다. 외부에 많이 노출되는 1층 로비와 옥상층 부분은 빨간 바디를 노출시킨 디자인으로 가시성을 높이도록 하였다.

- 1층 필로티 개념으로 코어부분에서의 노출이 많았던 외벽과 1층 천정부분, 옥상층 천정부분에는 GFRC라는 4.5m 길이의 콘크리트 패널이 사용 되었다.

- 인테리어부분의 천정설계는 천정면이 파사드 입면과 분리되도록 설계되었는데 이 부분에 설비시설(배기 및 환기구)이 위치하여 사무실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하는 효과와 더불어 열효율을 높이는 좋은 방법으로 설계되었다. 또한 라이팅, 스프링쿨러, 스피커 등의 요소를 하나로 디자인안에서 정리했고, OVE ARUP에서 조명 컨설팅을 받아 진행되었다.

해외에 지어지는 PRBW의 건축물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KT광화문 사옥의 경우에도 기본설계도서에서 이미 실시설계의 80%에 이르는 도면작업이 진행되었는데, RPBW가 많은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생길 수 있는 소통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많은 도면을 상세히 제공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시공에서의 오차를 줄이고 건축물에 높은 완성도를 주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남아있는 진행

사실상 세종로와 청진동에 들어서는 KT사옥은 하나의 마스터플랜으로 계획되었다. 법규 및 여러가지 상황으로 청진동 건물이 먼저 완공되었지만, 세종로 사옥을 포함한 전체적인 단지가 구성되었을 때 더욱 그 의미와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한다.

RPBW의 많은 도면 작업과 협업이 있었지만 KT사옥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시공사와 건축가가 디테일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한국의 형편이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다.

KT는 새로운 오피스 공간 프로그램(두 개층을 연결하는 인터액티브 공간)을 이해하고 이를 수용하여 새로운 오피스 라이프의 실험을 이미 시작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하이테크 창호가 단기적인 비용은 상승하지만 장기적인 코스트 절감을 가져다 주다는 점을 인식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또한 지상정원과 옥상정원을 시민에게 개방한다 것은 청진동 일대의 일반적인 오피스의 모습을 넘어서서, 보행자의 환경을 개선시키고 도심지의 공원과도 같은 장소를 제공 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종로에 직접적으로 맞닿은 구사옥에도 RPBW의 마스터플랜이 완성되어 도시적인 개방감을 주는 공간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RPBW의 한국인 건축가로 KT사옥의 컨셉단계부터 완공까지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유명한 해외건축가의 이름이나 외형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건축철학을 이해하고 세계적인 건축가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요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렌조 피아노가 가진 '따뜻한 하이테크'와 공간을 구성하는 기술적, 공학적 시스템이 프로젝트에 충분히 반영돨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결과물이 역으로 한국건축의 수준을 보여주고, 한국의 건축과 건설이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KT사옥은 심플한 외관이면서 동시에 아주 복합적인 건축물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러한 복합성을 구현함에 있어서 심도 있는 질문과 열정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임할 때, 한국 건축의 미래에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