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ic Awards 2014 Ceremony

BMW World, Munich, Germany                    

 

국내에는 아직 낯선 독일의 아이코닉 어워즈 2014(Iconic Awards 2014) 건축 분야에 한국인의 이름이 눈에 띈다. 바로 건축공방(Archiworkshop)의 심희준, 박수정 공동대표이다. 이들은 2013년부터 한국에 들어와 활동을 시작한 독일 유학파 건축가이다. 두 사람은 한국의 레저 문화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아키글램(글램핑) 프로젝트로 Best Of Best를 수상하였다. 아이코닉 어워즈는 위너winner와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로 나뉘는데, 이 중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바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심사위원들은 두 사람의 아키글램 프로젝트가 기술과 심미성이 잘 어우러진 시적이고 서정적인 표현으로 글램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보수적인 유럽 디자인 시장에서 한국건축가로서 보기 드문 쾌거를 올린 두 사람을 방배의 지층사무실에서 만나 '한국에서 건축하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도시에서 사라진 자연. 높은 레저 욕구를 부르다"

- 아키글램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박수정(이하 박) : "아키글램은 한국의 레저 문화를 다시 생각하는 프로젝트였다. 한국에 처음 돌아왔을 때 느낀 점은 사람들의 여행에 대한 욕구가 아주 높아졌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체감하기에는 유럽보다 높은 것 같았다. 건축적으로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교외로 나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제대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심희준(이하 심) : "캠핑의 경우 자연과 아주 가까운 체험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여행이다. 하지만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안락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호텔이나 리조트를 찾는다. 유럽에서는 20여년 전 쯤, 캠핑의 '자연'과 호텔의 '안락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레저 문화가 등장했다. 그게 글램핑인데, Glamorous Camping의 합성어이다. 한국에는 5년 정도 전부터 이 용어를 사용해오고 있다. 하지만 시중 글램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만 글램핑일뿐 일반 텐트에 과도한 비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문제의식은 합리성이었고, 비용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이런 의문을 갖고 있었던 차에 우연한 계기로 글램핑 제작 요청을 받았고, 양평에 아키글램 프로젝트를 최초로 시작하게 되었다. 아키글램은 건축가가 만든 글램핑이라는 의미이다."

- 아키글램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박 : "우연히 시작되었다. 시간이 나면 한국의 건축물을 보러 다니려고 한다. 작년여름에 경기도 양평의 이름난 펜션을 찾았는데, 인지도 있는 건축가가 만든 건물이었다. 펜션의 야외 테라스가 좋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지배인 분이 지난 10년 동안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을 처음 봤다며 이야기를 걸었다. 그러면서 서로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고, 우리가 건축가라는 소개를 하였다. 이후 건축주와도 대화를 하게 되었고, 그들이 펜션에서 글램핑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글램핑 디자인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이 많기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는 듯했다. 건축주는 우리에게 가볍게 제안을 했고, 우리도 가볍게 제안에 동의했다. 이게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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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코닉 어워즈의 심사평을 보면, 시적인 정서로 글램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되어 있다. 아키글램을 설계할 때 영감은 어떻게 얻었는지 궁금하다.
심 : "국제적으로 글램핑의 가장 대표 모델로 알려진 것은 독일의 글램핑 젠돔(zendome)이다. 젠돔은 이름에도 나와 있듯이 돔 형태로 만들어졌다. 건축적으로 봤을 때, 돔은 하중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주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인 형체 중 하나라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건축계에서는 돔 형태는 많이 사용되는, 예측 가능한 형태로 평가하곤 한다." 

박 : "우리는 글램핑을 통해 한국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돔 형태는 예전부터 서양에서 많이 쓰던 구조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탄생한 다른 느낌의 구조를 디자인 하고 싶었다. 우리는 시골 냇가에 있는 조약돌에서 영감을 받았다. 서정적이지만 다이나믹한 선을 가진 디자인, 그것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위해서 스틸과 멤브레인을 사용하여, 디자인적으로 할 수 있는 한계까지 시도해 보았다. 동시에 사용자의 건강과 안전성을 고려한 재료로 생각한 것이 유럽산 멤브레인(membrane)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과 가까우면서, 환경적인 것, 그리고 안락함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디자인의 형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약돌, 한국적 서정에 담긴 감동"

- 아이코닉 어워즈를 수상할 때 현지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박 : "서정적인 면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가 높았던 것 같다. 이때 서정적인 것은 한국 특유의 소박하고 단아한 면이다. 우리는 건축을 하면서, '한국적인 것'을 자주 고민하는 편이다. 일본의 경우는 전통건축이 현대적 방식의 건축으로 재해석되어 계승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건축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일제 강점기 이후 전통 건축의 양식이 거의 끊기고, 서구의 건축 재료와 양식이 무분별하게 들어온 경향이 있다. 여기서 다시 한국 건축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은 아직 연구와 실험이 부족해서 여러 가지 무리가 뒤따른다. 하지만 한국 건축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 예를 들면 처마, 채의 배치, 마당 혹은 전이공간 등을 부분적으로 실험해보는 것은 가능하다. 글램핑에서는 시적인 부분을 강조했고, 그것이 구조와 디자인의 새로움을 창조했다고 평가 받았다." 


심 : "유럽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시도한 첫 번째 프로젝트가 아파트 레노베이션이었는데, 그때 처마구조를 실험했다. 외베란다 공간을 처마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처마가 만들어지면, 여름에는 그늘이 져서 실내로 들어오는 공기가 시원해지고, 겨울에는 베란다의 결로 및 곰팡이 생성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학적으로도 베란다 공간이 살아나면서,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이 연결되며 4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1:1 방식으로 옛날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건축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건강과 아름다움은 나라와 문화별로 다 다르다. 이런 면에서 우리에게서 우러나온 것들이 단절된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옛것의 장점을 조금씩 실험해 나가다보면, 우리나라 건축의 정체성이 조금씩 확장 될 수 있지 않을까?

글램핑 프로젝트는 이런 면에서 '냇가에 놓인 둥근 조약돌'에 담긴 우리의 정서를 재해석하고 싶었다. 그것이 우리가 강과 자연에 느끼는 가장 자연스러운 정서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 글램핑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 추가 제작 제안이 많았을 것 같다. 
박 : "제안은 많이 들어오지만, 대부분의 제안을 충분히 고민하여 작업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우리는 글램핑으로 돈을 버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그것은 '레저 문화'를 화두로 삼은, 건축공방의 3번째 프로젝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램핑을 만들어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단순한 돈벌이 수단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에게는 건강한 제안이 아니었다. 우리는 글램핑만 만드는 전문 회사는 아니다." 

심 : "우리는 하나의 건축에 가능하면 하나의 사회적 이슈를 고민하고,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아파트, 다가구주거, 일하는 공간, 레저문화, 도심재생, 주상복합 등 다양한 이슈를 다뤘다. 좋은 기회가 생기면 또 글램핑을 만들 수 있겠지만, 다른 화두에도 집중하고 싶다." 

"좋은 건축은 심미성과 기능성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 두 사람이 좋은 건축이라 생각하는 기준, 그리고 건축 제안을 수용하는 기준이 궁금해진다.
심 : "얼마 전 좋은 기회로 '10 by 200'이라는 강연에 참여했다. 그때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에게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란 내용을 다뤘다. 당시 400페이지정도의 피티를 준비했다. (웃음) 한 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좋은 건축이라는 것은 기능과 미학이 균형을 이루고,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는 건축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나쁜 건축은 경제적 논리에서만 모든 것이 판단되고, 지어지는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건축가들이 자신들의 명성만 생각해서 주관적인 잣대로 지은 건물도 나쁜 건축이라고 본다. 아키텍트(Architect)라는 단어는 모든 기술자들의 으뜸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또한 건축분야들의 협업에서 밸런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 밸런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건축가의 의지가 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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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 "원래 건물은 세월이 흐를수록 노화되지만, 어떤 건축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이 넘치는 경우가 있다. 스위스에 있는 헤르조그 앤 드뮈론이나 이탈리아의 렌조 피아노와 같은 건축가들이 대표적이다. 렌조피아노의 대표작인 파리의 퐁피두 센터는 지금 봐도 디자인이 굉장히 우수하다. 70년대에 지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여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을 사용할수록 역사적 가치가 쌓여간다. 이런 건축에 매력을 느끼고, 우리 또한 건물을 지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해갈 수 있는 건축을 지향한다."

심 : "한국에서는 좋은 건축을 위해 필요한 것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마무리다. 건축 설계가 끝나도, 그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건축가의 존재나, 설계, 디자인 등에 대한 가치가 인정받는 문화가 더 생겨나야 한다. 많은 경우 건축주들은 경제적 가치만을 위해 건물을 짓는다. 경제적 가치를 쫓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좋은 건물이 보다 높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며, 그렇기 때문에 삶의 공간이나 미학적 기준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지나치게 간과되고 있다. 건축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절충하며 끝까지 잘 끌고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좋은 건축의 한 부분에 해당하는 것 같다." 

- 지금까지 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두 분이 가장 애착을 갖는 것은 무엇인가? 
박 : "프로젝트 하나하나에 번호와 이름이 있고, 시작 전에 많은 고민을 통해 선별하여 진행된다. 모두가 애착 가는 프로젝트들이다. 애착의 정도에는 차이가 없는 것 같다." 

- 향후 하고 싶은 건축은? 
박 : "근래 가장 시도해보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교육 공간, 그러니까 학교다. 건축을 통해 학교 폭력까지 줄게 만든 사례가 유럽에서는 자주 적용되고 있다. 한국 학교의 구조는 굉장히 획일적이고, 무미건조하다.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상상력을 자극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교육 내용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기회가 되면 시도해보고 싶다."

 

오마이뉴스 기사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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