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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사람들

2017, 겨울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장안동의 개발방향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어떤 관점에서 개발사업을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장소가 일의 터전인 사람들의 시선, 공간을 직접적으로 만드는 설계자의 시선, 그리고 개발업무를 진행하는 공무원의 시선, 장소를 찾아올 사람들의 시선 등.

그 중에서 필자가 건축가로서 바라보는 설계자의 시선은 장소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 중의 하나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시선들과 같이 근본적인 고민을 가진다. 그 고민은 사회적인 이슈에서 시작된다. 장안동에는 어떤 미래가 있을까. 좀 더 생각을 확장해본다. 장안동이라는 지역을 넘어서 서울에는, 다른 도시에는 어떤 미래가 있는가. 지역을 넘어서 한국의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에게는 어떤 미래가 있는가. 업계를 넘어서 한국의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그 이후의 세대에게는 어떤 미래가 있는가. 이 모든 것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우리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미래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것이 개발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어볼 수 있겠다. 다시 장소이야기로 돌아와 한 동네가 변화해 갈 때, 위에서 이야기했던 많은 관점에서의 고민이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간이 가지는 힘 때문이다. 공간은 그 사회의 가치관을 나타내고, 앞으로의 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준다. 그 변화의 힘은 과소평가될 수 없으며, 그 영향력에 대해 우리 사회는 재평가하고 재조명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개발계획의 첫 단계로 생각되는 것이 마스터플랜이다. 마스터플랜을 통해 대규모개발이 진행될 때, 중요한 점은 전체공정이 긴 시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재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은 개정의 절차, 즉 유연성 있는 변화가 포함된다는 개념이 있어야 한다. 유럽 독일에 있는 함부르크라는 도시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개발의 예를 살펴보자.

함부르크는 독일 최대의 항구가 있는 지역이다. 도시 자체가 금융과 무역으로 부유한 곳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무역 패러다임의 변화로 함부르크 항구는 점점 사용성이 줄어들고 있으며, 수공간을 배경으로 한 레저산업이 들어서는 등의 변화가 생기고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도시 재개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1997년에 시작되어 2030년에 완성되는 총 33년의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총 46만평규모의 개발은 수공간과 항구의 일부 대지를 포함한다. 함부르크 하펜시티의 전체계획에는 문화공간, 주거, 사무, 상업 및 교육공간 등이 포함되고, 그 공간에서 일하고 살게 될 사람들의 수를 포함하여, 촘촘한 도시의 매트릭스, 밑그림이 완성되어간다. 마스터플랜은 블록 별로 진행되면서 전문가들의 조언과 변화를 받아들인 개정과정을 거친다. 독일 함부르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을까. 구도심 지역의 인구분산, 항구도시의 새로운 비전과 높은 지속가능성의 도시를 만든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교육기관과 공원이 있는 주거공간, 문화공간, 해양박물관, 다양한 본사사옥들이 이 공간에 자리잡는다. 녹지와 도시인프라가 연결되고, 쾌적한 일상공간들이 만들어진다.

건축과 도시를 아우르는 전문분야에서 참여하여, 만들어낸 프로젝트이다. 이 장소의 개발은 성공적인 도시계획과 지역공모전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규모 도시개발이 진행된다. 인천의 송도도 그 중에 하나이다. 프랑스에는 파리중심지역과 붙어 있는 라데팡스도 도시개발의 결과물이다. 이 두 개의 결과물이 함부르크 하펜시티와 비교할 때, 차이점은 주거와 상업을 천편일률적으로 나누어 설계가 되었거나, 장소에 문화적인 프로그램과 장소의 고유성을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휴먼스케일이 무시된 계획은 실패한 사례로 평가 받는다. 한마디로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장소가 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재개발과 재생이라는 단어에 대한 건전한 인식이 생겨나야 한다. 한국의 재개발은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살펴보면 상가단지와 아파트주거가 들어서고, 하나의 동네가 사라지는 인식으로 남아있다. 재생은 왠지 모르게 나의 사유재산이 침해되거나 동네에 불편함을 강요하는 것 같은 인식으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재개발과 재생이 과거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현재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단순한 구성만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필요가 임대면적과 임대료 등으로 단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된다. 또는 장소를 과거에 묶어두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이러한 접근은 장소가 가지는 미래의 가능성은 배제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의 방향성이 아파트와 주상복합과 푸드코트를 벗어나야 한다.

실패를 겪었으니, 이제는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만들어져야 이러한 인식이 변화될 것이며, 설계자와 개발자들은 이를 위한 충분하고 복합적인 고민의 과정이 필요하다.

 

개발계획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랜드마크'라는 단어가 있다. 랜드마크와 함께 사용되는 '아이콘'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두 단어는 그 의미에 차이가 있는데, 랜드마크가 장소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아이콘은 장소성보다는 자체의 특이성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쓰인다.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개발의 초기에 시작된 프로젝트로 스위스 건축가 그룹인 Herzog & de Meuron에 의해 설계된 Elbphilharmonie Concert Hall 건축은 기존의 공장을 재활용하여, 문화장소로의 획기적인 디자인을 창조해낸 함부르크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탄생시킨 건축가는 우수하고, 세계적으로 건축의 변화를 이끄는 그룹이다. 한국건축가들의 작품들이 건축디자인을 소개하는 해외플랫폼에 몇 년 전부터 자주 소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건축디자인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막 시작된 이러한 건축시장의 변화는 작지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아틀리에 사무실들의 작업규모가 아직은 소규모 주택시장에 많이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아틀리에들이 자라나기를 기대한다. 아직까지 한국의 건축설계시장은, 공공건축물이나, 대규모 건축물의 설계를 대부분 대형 설계사무실에서 진행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물론, 그 결과물들이 건축적으로 좋은 평가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형 설계사무실과 소규모 설계사무실로 디자인 퀄리티를 나눈다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의 건축사무실들은 대부분 초창기에 소규모 사무실로 출발하는데, 2-3명 정도이던 사무실이 몇 십년에 걸쳐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20-30명에서 많게는 1000명이 넘는 규모의 설계사무실이 되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 아틀리에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렵게 성장을 한다. 그러나 내부의 작업방식은 프로젝트별로 순수하게 건축적인 아틀리에 방식을 따른다. 대표건축가는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개념설계부터 기본, 상세를 고민하고, 실시설계까지 건축사무실에서 맡아서 진행된다. 이후, 시공이 진행되는 동안 건축가의 설계감리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건축가의 역할은 명확하다. 변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시공과정에서, 건축가는 큰 비중을 차지하며 모든 과정에서 VE(Value Engineering)에 참여하여, 전체 공정을 이끌어 간다. 디자인 퀄리티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설계사무실의 대표가 건축가이며, 회사의 방향성에는 건축의 사회적 책임과 기여가 무게 있게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건축가의 사회적 목소리는 비지니스의 영역을 넘어선다. 대표건축가는 그들의 작업들이 그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지에 대한 세계적인 평가를 받으며,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은 글로벌하게 건축계에 영향을 준다.

 

건축의 방향성은 중요하다. 방향성이라는 것은 납품도서를 준비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닌, 철학적인 부분을 포함한다. 잘못된 방향성을 가지고 열심히 작업하는 것이 도리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든다.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어떤 다양성과 창의성을 실험할 공간을 제공할 것인가. 그러한 기본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가능성과 다양성을 실험할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는 것. 이러한 한계는 건축분야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많은 업계들에서, 그리고 다양한 세대들이 겪고 있는 일상적인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새로운 도시의 아이디어는 그 장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의한 지역성을 가져야 한다. 이를 보는 예민한 시각을 가진 건축가들과 함께 진행이 된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과거에는 전세계적으로 유사한 근대건축을 만들던 시대를 넘어서, 지역적인 특성을 만들어내는 건축가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지역성이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이다. 지역의 일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 장소의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적합하며, 더 유익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제는 유럽과 남미의 건축을 비교하여, 어디 쪽이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각 지역의 공간에서 축척되고 있는 경험과 장소성에 더 중요한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현재에 만들어지는 공간들이 다음 세대에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 그렇게 시간과 장소성이 쌓여가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는 한국의 패러다임에 맞는 장소를 만들고, 우리 고유의 철학을 만들어 갈 시기이다. 더 이상은 외부의 이미테이션이나 모방이 아닌, 한국의 건축을 실험하는 것이다. 이런 공간의 실험은 그 시대의 가치관을 보여주고, 변화를 만들어 낸다.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공존하고, 과거와 미래의 공간이 공존하는 개발. 장안동 개발의 방향성이 이런 변화의 첫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 어려운 미사여구를 가진 건축이 아닌, 우리가 바라는 미래와 우리의 기술 그리고 쓸모 있고 아름다운 단순한 장소를 말이다.

글_박수정

Written by Su-Jeong Park

삼성물산 건설부분

2019, 10월

쇼미더 건축!

아파트를 보여줘

안녕하세요. 이번에 삼성물산 건설부문 블로그에 건축을 주제로 참여하게 된 건축공방의 심희준, 박수정 건축가입니다. 우리가 활동하는 모든 공간은 건축과 맞닿아 있고, 건축에 대한 고민들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쇼미더건축’으로 여러분과 함께 건축을 공유하고, 건축을 논하여 보길 바랍니다.

 

첫번째 주제는 바로 아파트에 관한 것입니다. 아파트는 공동체 주거의 대표적인 건축 프로그램입니다. 1800년도 후반, 산업혁명과 함께 사회적으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살 수 있는 건축으로 아파트가 시작되었고, 유럽에서는 르 코르뷔지에의 빈민 주거 대안으로 1922년에 시작되어, 일부 아파트가 건설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 지역이 빈민가가 되는 사회적 문제점들이 나타나면서 아파트 유형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계획안은 일본과 한국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한국에서 아파트라는 범주가 도시의 인구 밀집의 해결책으로 1932년, 1959년에 실재로 나타나게 되었으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전체 주거의 60%를 차지하며, 아파트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아파트라는 주제는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가 가능한데, 이번 글에서는 아파트 건축 자체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아파트는 공동체 주거의 하나의 방식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구조 속에서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들이 생기게 됩니다. 유럽의 공동체 주거 방식은 건축물과 함께 사회적인 활동들이 이 안에서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계획되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저층을 이루는 주거단지에는 차와 사람의 동선이 분리되고, 자연 놀이터와 중정, 산책로가 1층에 제공됩니다. 저층의 휴먼스케일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여기에 사회 통합적인 공동 주방과 보육시설, 공방들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와 조금은 다른 특성을 가지는 고층 아파트들도 있습니다. 뉴욕의 56 Leonard Street은 57층 250미터 높이의 초고층 단일 아파트입니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스위스 건축가 Herzog & de Meuron이 설계한 독특한 모습은 고층아파트가 가지는 조망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유형의 개별주거단위를 쌓아 올리는 개념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평면을 살펴보면 외부공간과의 연결과 개별 주거의 독창성을 고민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부 테라스 계획과 창문의 비율은 공간 안에 있을 때,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독일 함부르트 옛 항구에 위치한 Marco Polo Tower는 15층 높이의 단일 아파트입니다. 독일 건축가 Behnisch Architects가 설계한 이 건축도 주거공간이 외부와 적극적으로 연결된 개념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물결치는 외부 테라스 공간은 조망과, 처마라는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합니다. Marco Polo Tower의 평면은 아주 다양하여, 거의 같은 평면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소개한 2개의 고층 아파트들은 문화적인 도시인프라가 확실한 뉴욕이나 함부르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파트들은 공동체 주거로 인한 커뮤니티를 가지기 보다는 높은 수준의 개인 주거 환경을 가지면서, 도시 속 커뮤니티로 확장되는 개념을 가집니다.

한국 아파트는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까요? 앞에서 소개한 자율적인 공동체 활동과 고층아파트가 가지는 다채로운 개인 주거 환경이 함께 제공되는 것은 어떨까요? 작년에 서울중계본동에 위치한 백사마을 공동체주거 국제공모전이 있었고, 5개의 건축가로 이루어진 컨소시움에서 작업한 설계안이 당선되어 2,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큰 특징은 예전에 있었던 길과 자연을 존중하고, 지상층에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과 일률적인 아파트 평면이 아닌, 다양성이 있는 개인 주거 공간을 설계하는데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을 읽고, 우리의 아파트 문화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파트가 주거를 기반으로 한 작은 마을들을 이루게 하는 것이며, 여기에 다양한 문화 요소가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입니다. 이를 고민하는 건축가들의 더 많은 참여를 통한 아이디어와 함께 더 나은 삶의 장소가 되는 아파트 주거를 기대해봅니다.

장한사람들

2017, 가을

지금,

우리의 도시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모든 도시는 변화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도 활발하게 변화하고 있는 도시 중에 하나이다. 각 도시의 모습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시간보다 지속성이 있어서, 도시의 모습은 곧 그 장소의 과거, 현재를 보여주고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도시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주변에서 도시개발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위키백과에서는 ‘개발(開發, development)은 무엇인가를 보다 쓸모 있거나 향상된 상태로 변화시키는 행위이다. 다음과 같이 보다 구체적으로 토지, 천연 자원 따위를 개척하여 유용하게 만든다. 지식, 재능, 산업, 경제 따위를 발달하게 한다. 새로운 물건이나 생각 따위를 만들어 낸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개발’ 하면 오래된 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낙후된 지역에는 대규모 개발을 통한 대규모 건축물들이 채워진다. 대규모 개발을 위해서는 지난한 시간을 보내며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도시의 장소들이 낙후되어 가도 손을 쓸 방도가 없다. 이것이 새로운 생각이거나 더 향상된 모습이 될 수 있을까? 도시개발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개발의 현실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현실에 대해 슬프다는 표현이 적절할까? 만약 당신이 슬프다고 느낀다면 왜 슬픈지 묻고 싶다.
도시가 변화하는 과정에는 그 사회의 철학, 가치관, 생활방식, 인식이 작용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 가치를 담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작업해야 할까? 변화는 항상 일어난다. 변화를 받아들 이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그 변화가 앞으로 몇 십 년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거기에 핵심이 있다. 즉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고 바라보는 도시의 체계는 우리에게 무의식적 불쾌한 긴장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보차로의 구분이 되지 않아 아이에게 늘 ‘차 조심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 지층을 걸으면서 언제 어느 건물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차들의 위협, 보도보다 우선하는 불법주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부족한 외부의 공공공간들은 부정적인 긴장감을 만드는 요소들이다. 더 잘 산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일상이 향상되는 것이다. 소소하다고 생각되는 일상이 더 편안해지고, 더 세련되어진다는 것은 작지만 큰 변화이고 직접적인 변화이다. 현재, 큰 규모의 땅을 변화시키는 작업들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다양성, 고유성,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감각을 발전시키면서 이루어진 사례는 거의 드물다. 대규모 계획은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할까? ‘대규모’란 한번에 혹은 한방에가 아닌, 다양한 혹은 다채로운 생각들이 모인다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16년 여름, 아파트 재개발로 철거가 한창이던 북아현동에 ‘삶의 환영’이라는 다원예술 프로젝트가 열흘간 열렸다. 삶의 환영, welcome 그리고 illusion은 건축공방과 이창훈, 김준 작가가 함께 이 지역, 더 나아가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들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담은 작업이었다. ‘삶의 환영’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삶을 환영(歡迎 | welcome)하고, 삶을 환영(幻影| illusion)’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장소의 죽음이 삶의 탄생이 되는 것을 환영(歡迎 | welcome)하고, 그 죽음을 기리며 건축물의 영정사진을 남기는 것과 같은 작업, 예전의 삶을 환영(幻影 | illusion)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우리의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문화로 기록하는 사실적인 작업이었는데, 이를 통해 한국의 자화상을 이해하는 작은 요소가 되어, 앞으로의 사회적 변화에 기여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랐던 작업 이었다.
‘삶의 환영’ 혹은 대규모 변화를 통한 우리의 모습 그리고 미래, 우리가 꿈꾸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이제는 개발이 아닌 재생이라고도 하지만, 단어 자체의 뜻인 개발이 가지는 긍정적인 의미를 먼저 찾아야 한다. 합리적인 고민과 다양한 의견들이 엮이는 작업들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확대된 고민, 토론들, 생각들, 의견들을 공유하여 실험하고, 그렇게 적용된 실험의 성공과 실패에 해 기록하며 추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들은 저 하늘 높은 곳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것이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어야 의미가 있다. 우리 도시의 주거유형을 아파트로 만들어간 현상은 일정 부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문화와 대규모 건물들이 가지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이로 인한 문제들이 제기된다면 우리가 가졌던 그런 시기에 대해 돌아보고, 현 사회가 나아갈 건강한 방향성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 단순하지만 확실한 질문이자 대답이다. 변화는 우리에게 이 대답을 들을 기회가 될 것이다. 삶을 돌아볼 기회, 삶을 고민할기회,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한 기회를 말이다. 도시는 오늘도 변화를 감당하며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글_박수정

Written by Su-Jeong Park

메이드 MADE

2015

렌조피아노  KT 청진동 신사옥

RPBW  KT Headquarter

렌조피아노 건축사무소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 Paris)

참여_개념설계, 기본설계, 실시설계, 디자인 설계감리, 2015 완공

렌조 피아노의 첫 번째 한국프로젝트

세종로와 청진동에 두 개의 오피스 건축물이 하나의 마스터 플랜으로 계획, 설계되었다. 세종로 쪽은 인허가와 심의 등으로 기간이 더 연장되었고, 2015년 1월 청진동쪽 KT EAST라는 이름으로 먼저 완공되었다. 퐁피두센터를 시작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완숙한 건물들(런던 샤드타워, 시카고 사이언스  뮤지엄)에서 보여주었던 실험과 기술 과정이 서울의 KT사옥(청진)에도 그대로 보여진다. RPBW (렌조 피아노 빌딩 워크샵)의 응축된 설계 노하우가 한국에 소개되는 첫 번째 프로젝트이면서, 더불어 오피스 설계의 기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 작업이 될 것을 기대한다.

 

계기와 컨셉

KT 광화문 사옥대지에는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친 해외 건축가들을 통한 건축공모전이 있었으나, 결정된 건축가는 없었다. 2010년 렌조 피아노팀이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을 때, 렌조 피아노는 "세종로가 한국의 샹젤리제와 같은 곳이며, 서울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와 아름다운 경복궁과의 연계성이 인상 깊다"고 표현했다. 특히 구 사옥의 옥상층에서 바라본 인왕산, 삼각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풍경에 큰 감명을 받았고, 곧 프랑스 파리의 사무실에서 설계가 시작되었다.

시민에게 자연을 돌려준다는 개념과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탈바꿈한 KT의 투명한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설계의 개념이 되었다. 투명성은 오피스 입면의 크리스탈 컨셉으로, 공공성은 지상과 옥상의 공원으로 반영되었다. 투명성과 빛은 RPBW의 중요한 설계 요소인데, 물리적인 공간의 창조가 무형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공간적으로는 1층 전체에서 수직동선이 있는 공간과 로비 공간을 제외하고, 지상 레벨에 마운딩 녹지가 있는 필로티로 구성되었다.

 

프로세스

한국에 지어지는 건축물의 해외건축가로서는 드물게 개념설계(CONCEPT DESIGN)단계부터 완공(CONSTRUCTION DOCUMENTS)단계까지 건축가가 관여한다는 조건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이는 건물의 건설과정과 완공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RPBW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설계감리는 건축가의 의무적인 요소인데, 실시설계 이후, 시공 과정 중에 이루어진 건축가의 정기적인 디자인 감리 참여는 건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컨셉설계(CD), 기획설계(SD)와 기본설계(DD)는 파리의 RPBW에서 주로 진행되었고, 실시설계(CD)의 상당부분은 한국사무소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진행하였다. 다양한 기술에 많은 도전을 하는 RPBW는 KT광화문 사옥에서 더 명확하고 정확한 작업을 통해 도시의 삶과 사람들의 공간을 표현하려고 하였다.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건축프로세스를 넘어서는 협업 작업들, 엄청난 양의 도면들과 상세도 등은 시공의 오차를 줄여주는 역할을 했고, 건축가가 의도하는 디테일을 대부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밸류엔지니어링을 위한 노력은 건설의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되었는데, 공사 진행과 함께 생겨나는 여러 상황에서, 문제점을 풀어나가며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이 건축가의 고민과 제안을 통해 해소될 수 있었다.

 

RPBW의 많은 도면 작업과 협업이 있었지만 KT사옥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시공사와 건축가가 디테일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한국의 형편이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다.

글_심희준

Written by Hee-Jun Sim

공간잡지 Space Magazine

2015

렌조피아노  KT 청진동 신사옥

RPBW  KT Headquarter

계기/컨셉

KT 광화문 사옥대지에는 그동안 몇 차례에 걸친 해외 건축가들을 통한 건축공모전이 있었으나, 결정된 건축가는 없었다. 2010년 렌조 피아노팀이 KT 광화문사옥 설계를 위해, 초청받아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렌조 피아노는 "세종로가 한국의 샹젤리제와 같은 곳이며, 서울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와 아름다운 경복궁과의 연계성이 인상 깊다"고 표현했다. 특히 구사옥의 옥상층에서 바라본 인왕산, 삼각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풍경에 큰 감명을 받았고, 곧 프랑스 파리의 사무실에서 설계가 시작되었다.

시민에게 자연을 돌려준다는 개념과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탈바꿈한 KT (Korean TELECOMMUNICATION)의 투명한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설계의 개념이 되었다. 투명성은 오피스 입면의 크리스탈 컨셉(CRYSTAL CONCEPT)으로, 공공성은 지상과 옥상의 공원으로 반영되었다. 투명성과 빛은 RPBW의 중요한 설계 요소인데, 물리적인 공간의 창조가 무형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공간적으로는 1층 전체에서 수직동선이 있는 공간과 로비 공간을 제외하고 마운딩녹지(LANDSCAPE)가 있는 필로티로 구성되었다. 총 25층, 높이 110M, 면적 51,248㎡에 달하는 볼륨을 분할하는 작업 또한 중요한 설계내용이었다. 내부 공간은 새로운 오피스 라이프를 위한 프로그램인 인터액티브 스페이스(두 개층을 연결하는 공간)을 두어, 근무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과 대화를 이루어지게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프로젝트

세종로 S-BLOCK과 청진동 C-BLOCK은 하나의 마스터 플랜으로 계획 설계되었고, 2015년 1월 26일 청진동 C-BLOCK이 KT EAST라는 이름으로 먼저 완공되어, 직원들의 입주가 있었다. 퐁피두센터를 시작으로 한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완숙한 건물들(런던 샤드타워, 시카고 사이언스 뮤지엄, )에서 보여주었던 실험과 기술 과정이 KT광화문 사옥(청진)에도 그대로 녹아있는데, RPBW의 응축된 설계 노하우가 한국에 소개되는 첫 번째 프로젝트이고, 오피스의 기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을 기대한다.

 

프로세스

한국에 지어지는 건축물의 해외건축가로서는 드물게 개념설계(CONCEPT DESIGN)단계부터 완공(CONSTRUCTION DOCUMENTS)단계까지 건축가가 관여한다는 조건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이는 건물의 건설과정과 완공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RPBW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설계감리는 건축가의 의무적인 요소인데, 실시설계 이후, 시공 과정 중에 이루어진 건축가의 정기적인 디자인 감리 참여는 건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컨셉설계(CD), 기획설계(SD)와 기본설계(DD)는 파리의 RPBW에서 주로 진행되었고, 실시설계(CD)의 상당부분은 한국LOCAL 사무소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진행하였다. 현대의 다양한 기술에 많은 도전을 하는 RPBW는 KT광화문 사옥에서 더 명확하고 정확한 작업을 통해 도시의 삶과 사람들의 공간을 표현하려고 하였다.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건축프로세스를 넘어서는 협업 작업들, 엄청난 양의 도면들과 상세도 등은 시공의 오차를 줄여주는 역할을 했고, 건축가가 의도하는 디테일을 대부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밸류엔지니어링(VALUE ENGINEERING)을 위한 노력은 건설의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되었는데, 공사 진행과 함께 생겨나는 여러 상황에서, 문제점을 풀어나가며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이 건축가의 고민과 제안을 통해 해소될 수 있었다.

 

팀워크

KT 광화문 사옥의 작업은 구조 및 기계설비 엔지니어, 조경건축가, 현지건축가, 현지엔지니어 등과의 많은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구조컨설팅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Bollinger & Grohmann, MEP는 영국 런던의 Ove Arup, 조경은 스위스 바젤의 Fontana Landschaftsarchitekten이 맡았다. 모든 팀들은 초반부터 RPBW의 컨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1층에 서있는 날렵한 형태의 필로티 기둥들은 심플하게 보이지만 이를 완성하기 위해 지중에서는 고난이도의 엔지니어 작업들이 있었다. 하나의 예로 대지 안으로 지나가는 지하철 경로 때문에, 건물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이를 풀어나가는 작업이 요구되었고, 거대한 TRANSFER WALL이 사용되었다. 입면의 비례는 높이4M, 폭1.25M로 구성되는데, 층고 2.8M를 확보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MEP와 구조 엔지니어들이 파이프가 스틸빔을 통과하는 시스템을 제안했고 실현되었다.

 

디테일

- 파사드 작업은 오피스 건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이다. KT광화문 사옥은 이중외피 파사드(DOUBLE SKIN FACADE)로 설계되었는데, 외부측은 저철분접합유리, 내부측은 아르곤 가스가 주입된 저철분 로이코팅 복층유리로 진행되었다. 건물이 가지는 크리스탈 즉 투명성의 개념과 에너지 효율적인 기능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이중외피 파사드 사이에 블라인드를 위치시켰다. 모든 유리는 저철분유리(LOW IRON GLASS)로 적용되었는데, 스페인의 가디언 글라스(GUARDIAN GLASS)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RPBW 특유의 디테일에 대한 열정, 다양한 견본작업(MOCK-UP)과 파리 사무실내의 견본작업(INHAUSE MOCK-UP)을 통해 시각적이고, 기능적인 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중외피 파사드(DOUBLE SKIN FACADE)의 설계는 RPBW와 네덜란드 창호회사인 SCHELDEBOUW에서 협업으로 진행하여, 한국의 창호회사인 일진에 기술전수와 도면작업을 지원하였다. 네덜란드에서 파사드 타입별로 견본작업(MOCK-UP)을 선진행하고, 한국의 일진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견본작업(MOCK-UP)을 다시 제작하여 시행오차를 줄이고, 품질을 높이려고 하였다. 이는 모형이나 견본(MOCK-UP)에서 작업을 확인하고, 스케일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 3차원적인 랜드스케이프 마운딩안에는 주차장 출입구 및 배기구 / 전기시설 / 문화재 보존구역 등이 반영되었다. 이런 작업은 설계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조경건축가와의 협업과정을 통해 진행되었고, 하나의 랜드스케이프 안에 오차없이 정리되었다.

- 엘리베이터는 advanced dispatch system 시스템이 도입되어 효율성을 높였고, 현대 엘리베이터에서 진행하였으며, 옥상테라스 층과 옥상정원을 연결시켜주는 하이드롤릭 누드엘레베이터는 독일 요네츠사가 진행하였다. 외부에 많이 노출되는 1층 로비와 옥상층 부분은 빨간 바디를 노출시킨 디자인으로 가시성을 높이도록 하였다.

- 1층 필로티 개념으로 코어부분에서의 노출이 많았던 외벽과 1층 천정부분, 옥상층 천정부분에는 GFRC라는 4.5m 길이의 콘크리트 패널이 사용 되었다.

- 인테리어부분의 천정설계는 천정면이 파사드 입면과 분리되도록 설계되었는데 이 부분에 설비시설(배기 및 환기구)이 위치하여 사무실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하는 효과와 더불어 열효율을 높이는 좋은 방법으로 설계되었다. 또한 라이팅, 스프링쿨러, 스피커 등의 요소를 하나로 디자인안에서 정리했고, OVE ARUP에서 조명 컨설팅을 받아 진행되었다.

해외에 지어지는 PRBW의 건축물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KT광화문 사옥의 경우에도 기본설계도서에서 이미 실시설계의 80%에 이르는 도면작업이 진행되었는데, RPBW가 많은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생길 수 있는 소통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많은 도면을 상세히 제공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시공에서의 오차를 줄이고 건축물에 높은 완성도를 주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남아있는 진행

사실상 세종로와 청진동에 들어서는 KT사옥은 하나의 마스터플랜으로 계획되었다. 법규 및 여러가지 상황으로 청진동 건물이 먼저 완공되었지만, 세종로 사옥을 포함한 전체적인 단지가 구성되었을 때 더욱 그 의미와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한다.

RPBW의 많은 도면 작업과 협업이 있었지만 KT사옥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시공사와 건축가가 디테일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한국의 형편이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다. KT는 새로운 오피스 공간 프로그램(두 개층을 연결하는 인터액티브 공간)을 이해하고 이를 수용하여 새로운 오피스 라이프의 실험을 이미 시작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하이테크 창호가 단기적인 비용은 상승하지만 장기적인 코스트 절감을 가져다 주다는 점을 인식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또한 지상정원과 옥상정원을 시민에게 개방한다 것은 청진동 일대의 일반적인 오피스의 모습을 넘어서서, 보행자의 환경을 개선시키고 도심지의 공원과도 같은 장소를 제공 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종로에 직접적으로 맞닿은 구사옥에도 RPBW의 마스터플랜이 완성되어 도시적인 개방감을 주는 공간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RPBW의 한국인 건축가로 KT사옥의 컨셉단계부터 완공까지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유명한 해외건축가의 이름이나 외형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건축철학을 이해하고 세계적인 건축가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요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렌조 피아노가 가진 '따뜻한 하이테크'와 공간을 구성하는 기술적, 공학적 시스템이 프로젝트에 충분히 반영돨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결과물이 역으로 한국건축의 수준을 보여주고, 한국의 건축과 건설이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KT사옥은 심플한 외관이면서 동시에 아주 복합적인 건축물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러한 복합성을 구현함에 있어서 심도 있는 질문과 열정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임할 때, 한국 건축의 미래에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_심희준

Written by Hee-Jun Sim

건축과 사회

Architecture & Society

2014

좋은건축 / 건물은 무엇일까,

​좋은건축 / 좋은 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 신진건축가들의 한국건축설계산업의 미래에 대한 진단과 모색

- 좋은 미래를 기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

- 무엇을 준비하여야 하는가?

 

한국의 건축설계에 어떤 미래가 있을까.

건축 산업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건축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보았으면 한다. 아름다운 도시 건축은 녹색 공간만큼 건강을 향상시킨다. "우리의 일상 환경의 아름다움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실질적인 중요성이 있을 수 있다." Chanuki Seresinhe , 워릭 비즈니스 스쿨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다.

일상의 건축이 우리의 현재를 보여주고, 그 수준이 우리의 미래를 가늠하게 한다.

우리의 일상은 어떠한가. 공간의 이야기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적 관념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 그 실마리를 줄 수 있다. 한강의 기적, 아파트공화국, 헬조선, 수저론, 혁신과 같은 키워드들이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자신 주변의 여러 요인에 의해서, 예를 들면 자식의 교육, 학군, 부모와의 관계 등등으로 파생되는 것에 의해서 자신을 포기하는 환경에 익숙하다. 이런 사회적인 관념은 건축에도 분명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 부를 추구하는 수요에 비해 거주 자체(여기서 거주의 의미는 사는 공간, 즉 집도 될 수 있지만 일하는 공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삶의 질에 대한 수요는 수동적으로 움직이며 쉽게 포기된다. 또한 미디어의 영향이 큰 편에 속하는 우리 사회는 상품을 파는 것 즉, 소모적인 것에 상당히 주력하고 있는 사회다. 새로운 것에 열광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 ‘오래된 것=낡은 것=나쁜 것’이라는 인식은 늙어가는 것(Ageing)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의 내면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고전이 없는 새로움이 있을까. 낡은 것을 바라보며 방치가 아닌 관리를 떠올리는 문화가 시작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인식 속에서 지속성을 발견하고 지켜 나아갈 수 있을까.

 

건축은 그 공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서 시작하고 완성되어 간다. 살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공간적 요청과 문제들에 대해 최선의 기능과 형태를 찾아가는 것이 건축가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 속에서 건축가로써, 한국에서 사무소를 열고 작업한지 몇 해 되지 않은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2013년부터 심희준 소장과 함께 서울에서 건축공방이라는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까지 20개 정도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우리가 한국의 상황에서 발견한 물음과 가치들은 다음과 같다.

 

물음 하나: 프로젝트는 어디에 있는가

번화한 서울의 대로변을 벗어난 뒷길에는 어디서나 낙후된 지역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축가의 눈으로 보면, 서울은 프로젝트의 보물섬 같다. 그렇지만, 신진건축가에게 오는 프로젝트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 많은 프로젝트는 어디에 있을까. 한국주거의 60프로를 차지하는 아파트 설계에 시공은 있어도 건축은 없다.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다. 모든 분야처럼 건축에도 발전이라는 것이 있다. 그 발전은 기술의 발전이기도 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해내는 것이기도 하고, 기존에 몰랐던 문제를 찾아내어 풀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독일에는 노이퍼트라는 건축가를 위한 백과사전이 있다. 이 사전에는 일상을 이루는 정말 세세하고 정교한 활동들이 건축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독일의 건축가들은 이 노이퍼트를 활용해서 건축의 기초를 쌓는다. 노이퍼트는 현재까지 41번째 개정판이 나왔다. 그들의 기본적인 건축적 지식과 노하우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또한 이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아파트는 30년째 변한 게 없다. 이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아파트는 건축계에서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문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건축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아파트는 흥미로운 관찰지점을 던져준다.

아파트는 버릴 수 없는, 이미 우리 사회와 역사가 선택한 물질적인 환경 그 자체다. 이 경제적 선택의 결과 전국이 아파트로 뒤 덮인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1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뛰는 현실에서 그것이 주는 삶의 쾌적함이나 행복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삶의 토대로써 공간, 혹은 건축이 우리에게 건강한 삶을 제공해주느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철 없는 이들의 망상 같은 질문이었다.

 

물음 둘: 건축과 산업에 다양성이 존재하는가

건축가에게도, 건축계에게도 아파트의 획일화 문제가 미친 영향은 광범위하다. 예를 들면 청계천에 가면 수백 개의 가게에서 다 비슷비슷한 물건을 판다. 특화된 개념의 가게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양한 건물이 만들어지려면, 다양한 소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소규모 중소기업들의 활동 기반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대다수 건축 공사가 아파트에 집중되는 순간, 필요한 건축 재료도 모두 비슷해져 버렸다. 결국 가격중심의 경쟁구도가 되고,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하나 둘씩 사라진다.

또 다른 예로 건축에서 ‘평단가’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평단가는 공간이 수치화되어서, 한 평에 얼마씩 비용이 붙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 평단가의 개념은 절대 건축의 가치를 측정하는 비용이 될 수 없다. 건축에는 설계가 있고, 시공이 있고, 감리가 있다. 설계에는 마스터 플랜이 있고, 개별 요소들에 대한 설계가 있다. 이런 요소들은 각기 다른 방식의 노동과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각각 비용이 책정되는 것이 맞다. 유럽에서는 이런 건축의 특징을 고려해서, 계약 프로세스가 짜여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평단가라는 개념으로 모든 과정이 통합되어 버린다.

 

물음 셋: 건축가는 뭐 하는 사람인가

건축가 스스로의 문제의식에 대한 이야기다. 건축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게 긍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건축가는 비싼 건물만 짓는다던가, 비현실적인 설계를 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작업을 하는 현장에서 놀란 것 중에 하나는 시공사에서 건축가의 설계도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컨셉만 대충 잡아놓으면 나머지는 시공사에서 알아서 하는 구조다. 하지만 건축가는 CD(Construction Document)라 불리는 실시설계 과정을 개념설계(Concept Design)처럼 즐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의 디테일은 건축가가 방향을 잡고 풀어야 한다. 건축가는 보기에 그럴 듯한 제품을 만드는 외관 디자이너가 아니고, 좋은 건축은 언제나 기능과 미학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우리는 독일에서 이런 건축의 방향을 중요하게 교육 받았고 현장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건물이 지어졌을 때 결과를 알고 있다. 유럽에서는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사업가가 건축가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깔끔한 수트가 건축가의 유니폼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건축가가 수염 덥수룩한 도인처럼 그려진다. 이 세상을 초월한 예술가적 이미지가 강한데,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잘 모른다는 편견 같은 것도 있다고 본다.

 

물음 넷: 사회적 투쟁과 밥벌이의 경계는 있는가

건축가는 사회적 책임이 있는 직업이다. 건축주의 사적인 작업이라고 해도 공공성을 띄는 건축의 특성상 이는 간과될 수 없다. 우리는 공간이 가지는 힘을 믿는다. 그 힘은 긍정적인 방향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가는 긍정적인 결과물을 위해서는 프로젝트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끝까지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하여야 한다. 한국은 이런 요구들을 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건축가가 투쟁가로 변신하기 일쑤이다. 설계하기에도 바쁜 건축가들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희생하고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다. 건축가가 시공과정에 참여하는 법안들이 제한되고, 몇십년째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건축사시험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거기에 디자인의 중요성만큼 그에 대한 지불에는 인색한 사회다. 우리는 소위 말하는 '공짜'문화, '덤'문화 현상에 입각해서 설계는 덤으로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대하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말해준다. 다만 소비하는 사람이 모르는 지출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건축주가 자신이 받는 건축의 정확한 가치와 가격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치들:

건축은 우리의 직접적인 환경이다. 일반인들의 건축에 대한 상식이 높아지고, 건축이 관심을 받아야 발전이 있다. 관심은 하루 아침에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와 학생들부터 건축이라는 분야가 자연스럽게 학습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 교육내용의 중요성만큼 담는 공간의 중요성이 높이 평가되는 것도 중요하다. 주변을 살펴보면 주거 공간이든 상업공간이든 귀엽고, 국지적인 인테리어는 넘쳐나는데, 공간의 개념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요즘 신진건축가들의 새로운 건축무대는 파빌리온과 같은 임시적인(Temporary) 건축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지만, 건축가들이 파빌리온, 설치물과 같은 예술과 건축의 중간지점에 도전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파빌리온과 같은 프로젝트가 소위 돈이 되는 프로젝트는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는 그 파급력이 강하다. 또한 공간에 대한 고민, 개념과 상상력을 보여주기 좋은 방법이다. 파빌리온은 본래 건물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서있거나 붙어있는 구조물로서, 중요한 점은 즐거움을 주기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파빌리온 자체는 실험적인 면에 더 비중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일반 건축물과 달리 유연성이 있다. 우리는 파빌리온 같은 게릴라식 건축설계가 한국 건축설계의 다양성을 끌어올리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모전의 활성화도 필수적이다. 공모전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좋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만들 수 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제대로 된 판을 짜는 공모전 구상단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참여하는 건축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며 이는 심사위원들에 의해 결정된다. 프로젝트의 규모에 상관없이 건강한 공모전이 정착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건축은 산업구축의 원동력이며, 그 중심에서 건축가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 그만큼 이를 지지하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설계가 개념에서 시공까지 지속될 수 있는 시스템. 디자인에 대한 보호가 되는 환경. 저작권의 표기 등. 표절 불감증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더불어, 표절과 참고의 차이에 대한 명확한 학습이 필요하다. 세상에 완벽하게 새로운 디자인은 없다. 서로 영감을 받고, 영감을 주는 작업들이 이루어지려면, 표절이 얼마나 비도덕적인 행위인가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확실해야 한다.

 

한국산업의 30퍼센트를 차지하는 건축시장은 요즘 노동력의 부족이 심각하다. 대부분의 공사현장을 보면 작업자들의 연령이 높고, 전문적인 젊은 인력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소위 노가다라고 칭하는 현장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연구와 양성이 되지 않고 있다. 독일에는 장인(마이스터)제도가 있어서, 건축의 모든 공정에 장인이 존재한다. 미장장인, 목수장인, 용접장인 등. 이들은 직업학교에서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현장에서의 실습으로 더욱 발전된 공정을 완성하면서 수준 높은 건축시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시공이 동기부여가 되는 직업군이 된다면, 시공전문가로서 젊은 인력들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고, 건축산업에 미래가 있다.

 

독일의 아이코닉 어워즈에서는 굉장히 특이한 상이 있다. 바로 좋은 건축주를 시상하는 상이다. 2014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버스승강장 설계를 의뢰한 공무원 그룹이 수상했다. 좋은 건축주가 있어야 좋은 건물이 나온다는 것은 건축에서는 기본적인 전제다. 좋은 건축주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일단 자신이 원하는 바, 즉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건축가와 건축주의 소통이 중요하다. 물론 많은 경우에 한계가 있는데,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자신이 살아갈 공간에 대한 고민이 지나치게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변화하고 소통하는 건축주들의 탄생은 결국 우리의 일상의 건축과 다시 연결된다.

 

결론:

우리가 독일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하면 두 가지의 반응이 있다.

하나는 독일처럼 해줘. 다른 하나는 여긴 한국이야. 독일이랑 달라. 우리는 둘 다 깊이 공감한다.

우리가 제일 조심하는 것이 유럽의 건축문화나 기술을 바로 한국 상황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문제가 훨씬 커지는 경우가 많다. 건축이란 결국 문제해결의 과정이며, 모든 공간은 각기 다른 문제를 갖고 있다. 건축가는 그런 문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에 대한 해법은 매 상황마다 다르다. 건축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은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통해 그들의 삶에서 우러나온 건축적 문제를 풀어온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문제가 있고,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며 좋은 건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표면적으로 다루는 문화상대주의는 건축의 현장에서 매 순간 펼쳐지고 있다. 한국의 방식이 옳은지, 유럽이나 미국의 방식이 옳은지를 묻는 피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단열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 화재가 났을 때 안전은? 결로는 어떻게 해결하지? 실내 공간에 고립되었을 때 갑갑함은 어찌 할 것인가? 모든 건축적인 물음은 구체적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물음은 곧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물음들이다.

건축의 발전은 프로젝트를 통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진정한 기본으로 돌아가서 시작하는 것. 그런 기본들이 쌓이는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는 토대가 생기는 것. 한번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자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 이 모든 것들은 현재 저가의 방식에 맞추어 건축을 시작하는 신진건축가들에게 더 좋은 기회와 발판을 만들어 줄 것이다.

마지막 질문으로 우리에게(한국건축계에) 프리츠커상이 올 것인가. 우리는 열악한 환경은 언제나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다이나믹하다. 좋은 면으로는 다이나믹해서 변화가 빠를 수 있다는 점이다. 2016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칠레 출신의 건축가 알레한드로는 "건축가가 만드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다른 건축가들에게도 관심있는 문제만을 다루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건축가의 가장 큰 도전은 빈곤, 환경 오염, 혼잡함, 분리 등의 전혀 건축적이지 않은 이슈들에 참여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더 많은 도구로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 우리의 도전을 공유하기를 원한다."라는 말을 했다.

건축적이지 않은 이슈가 많은 한국은 그만큼 더 많은 고민과 참여의 기회를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글_박수정

Written by Su-Jeo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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